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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던 자아와 내면의 감정을 담은 음악

2016년 공개한 ‘Ocean Eyes’로 대중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던 L.A. 출신의 팝 신동 빌리 아일리시. 참신한 멜로디와 변덕스러운 비트, 기괴한 느낌의 뮤직비디오, 심연을 파고들 듯 음울하고 신비로운 사운드로 대중과 평단을 단숨에 매료시켰던 그녀. 이제 막 17살이 된 2019년 3월, 마침내 대망의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의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앨범의 핵심 테마는 ‘밤의 공포’이다. “나는 침대 밑에 웅크리고 있는 괴물이에요. 나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나에요.”라고 Beats 1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 그녀는 매일 밤마다 자신을 엄습하는 공포와 불면증, 꿈으로 나타나는 뭔지 모를 잠재의식을 모티브로 곡을 썼다. 그렇다고 해서 악몽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음침한 댄스 비트와 드라마 The Office의 대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my strange addiction’, 조곤조곤 속삭이는 듯한 보컬과 강렬한 베이스가 대조를 이루며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는 ‘xanny’ 등 어둡고 우울한 동시에 신비로운 곡들이 담겨있다.

앨범의 공동 작업자로 참여한 그녀의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넬은 인터뷰에서 “‘이런 스타일을 시도한 건 처음이다’라고 말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빌리가 ‘난생처음 사랑에 빠진 기분이다’라고 말한 건 진짜 처음이었어요.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느껴질 만큼 흡족한 노래는 몇 번이고 만들 수 있지만, 첫사랑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노래를 만드는 건 아마도 평생 단 한 번뿐일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밝히며 앨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빌리 아일리시 역시 “이 앨범은 내 아기 같은 존재예요. 노래에 담긴 제 감정이 분명 듣는 사람에게도 느껴질 거예요.”라고 말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만한 회심작의 탄생을 넌지시 암시했다. 2019 최고의 팝 센세이션이 될 것을 예고하는 빌리 아일리시의 앨범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빌리 아일리시의 꿈의 해석
빌리: "앨범의 모든 노래는 밤의 공포나 수면장애, 악몽과 자각몽 등 자는 동안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주제로 삼았어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르고, 말로 다 설명할 수도 없는 그런 것들 말이죠. 저는 늘 극심한 야간 공포와 수면 마비에 시달렸고, 영화처럼 선명한 꿈들을 꿨어요. 저는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었고 심지어 제 꿈을 통제할 수도 있었어요. 때로는 꿈속의 일이 다음 날 실제로 벌어지기도 했죠. 이 앨범이 말하는 건 절대로 꿈을 꾼 ‘느낌’이 아니라 사무칠 만큼 생생한 ‘경험’을 담고 있어요."

자신만의 관점에서 벗어나기:
빌리: “저의 음악엔 의도된 거짓과 허구가 많아요. 이건 래퍼들이 음악을 멋지게 만들려고 허세 부리는 그런 종류의 거짓말과는 분명 달라요. 나 자신과는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에 가깝죠. 저는 사랑에 상처 입은 누군가의 감정에 이입해 ‘8’이라는 노래를 썼어요.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듣고 ‘빌리가 큰 아픔을 겪었나 보다’라며 나를 불쌍히 여길지 모르지만 저는 아주 잠깐 동안만 그 사람이 됐을 뿐 현실에서는 슬퍼하지 않아요. 그런 식으로 잠시 타인의 입장이 돼서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거죠.”

10대 허무주의자들의 완벽한 롤모델:
빌리: “주변의 시선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아이들을 만나는 게 좋아요. 그리고 그들은 내 덕분에 더 이상 주위 눈치 따위 보지 않게 됐다고 말해줘요. 그때의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려워요. 그렇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사람이나 사랑, 자신을 돌보는 것까지 소홀히 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우리 모두 결국엔 죽으니까, 무언가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에요. 누군가에겐 1년일 수도 다른 누군가에겐 수백 년이 될 수도 있지만, 시간의 길이와는 관계없이 그 누구도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때가 언젠가는 와요. 당신이 했던 일들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거예요. 그런데 왜 우리는 자꾸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만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슬픔을 끌어안기:
빌리: “우울증은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지배했어요. 사는 내내 항상 우울하다고 느꼈죠. 우울이라는 감정이 나란 사람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 같아요.”

피니어스: “정말 큰 기쁨의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긴 해요. 빌리와 나는 그 행복의 순간을 공유하죠. 그러나 모터가 꺼지면 마치 내리막길을 걷는 것처럼 빠르게 기분이 가라앉아요. 하지만 빌리와 제가 그런 자기혐오나 좌절감, 불안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우리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죠. 그런 감정을 담은 우리 음악에 사람들이 공감해줄 때 성취감을 느껴요.”

현재에 머무르기:
빌리: “때론 잠자코 앉아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우리 공연은 단언컨대 제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어요. 관중들은 우릴 보고 미친 듯 소리를 질렀고 끝까지 멈추지 않았죠. 저는 그 무대 위에서 팬들에게 ‘과거의 나는 이런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내 방에서 혼자 울곤 했다.’라고 말했어요. 이런 엄청난 일이 제게 일어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너무나 황홀했어요.”

피니어스: “모든 공연이 마지막처럼 느껴져요. 무대에 설 때마다 마치 고별무대에 서는 것 같아요. 이 앨범이 첫 정규 앨범이지만 빌리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끝난 것처럼요. 어떤 일의 시작과 끝은 항상 같이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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